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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수묵화처럼 스며드는 영화 <자산어보>

by 땡규 세종대왕 2021. 4. 21.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인 '자산어보'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흑백영화하면 자동으로 '동주'가

떠오를정도로 뇌리에 박힌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요~

 

이번에도 이준익과 흑백영화!! 거기다가 제가 좋아라하는 

변요한 배우님까지.. 어머 이건 꼭 영화관에서 봐야되!!

하다가 근 3주가 지나서 지금에서야 보게되었네요ㅎㅎ

 

살짝 뒷북치는 감이 있었지만 정약진과 창대의 

신분을 뛰어넘는 학문의 열정이 꽤 흥미로웠던 영화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자산어보>스토리 


순조 1년, 신유박해에 휘말려 형 정약종은 처형되고 정양욕은 강해로 정약진은

흑해도로 유배를 오게된다. 그곳에서 어부인 창대를 만나게 되고 함께 바다생물을

관찰하면서 어류학서인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되는데...

 

 

'영화인듯 영화같은 영화아닌 한폭의 수묵화'


우선 저는 가장 눈길을 끌었던것이 바로 '흑백' 그 자체 였습니다. 

블링블링한 화려한 색감이 가득한 영상미가 멋있지만 흑백이 주는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 않다는걸 이전의 '동주'를 통해 알게되었거든요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 그 빛을 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한척의 배와 구불구불 안개가 끼어있는 첩첩산중이 바로 그것!!

확실히 애매랄드빛 바다보다 흑백 바다의 웅장함의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졌는데요 

왜 우리 조상들이 먹으로 수묵화를 그렸는지 너무나도 잘 알것같더군요

 

또한 눈앞이 현란하지 않으니 오히려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에 

더 몰입이 됩니다.이것도 비움의 미학인건지 색을 빼고 나니 보이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흑백영화도 찾아보고 싶네요

 

" 정약진과 창대에게 자산어보는 어떤 의미였을까? "


아는이 하나 없이 유배지로 오게된 흑산도..하지만 그곳에서도 정약진은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자산어보'를 써내려갑니다

유배 전부터 백성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탐관오리들에게 

환멸을 느끼며 '서학'을 받아들였던 그에겐 자산어보가 그 길을 이어받는 

또다른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백성들의 삶과 가장 가깝고 맞땋아 있는 부분을 개선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악진과 달리, 책에 써있는 성인들의 말씀이 

곧 진리고 법이다!! 라고 생각한 창대 

그런 그에게 하루벌어 먹고사는 가난함의 상징같은 물고기를 

조사하고 책에 정성스럽게 적는 정약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터

 

 

어쨋든 스승과 제자..라기 보단 파트너와 같은 관계로서 두사람은 책을 완성시켜

나가고, 몇년후 창대는 벼슬을 얻을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세상을만들기위해 섬을 떠납니다.

(몰론 본인도 남들처럼 사람구실 하고 싶었던게 더 컸겟죠 굉장히 인간적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법!!

탐욕스러운 관리들은 말도 안되는 세금을 붙여가며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바꿀수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스승인 정약진의  참뜻을 알게되죠

 

이 두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추구하는 방법이 달랐을뿐

누가 옳다 그르다..라고 감히 말할수 없는것 같습니다. 

 

이미 모진 풍파를 다 겪어온 정약진에게는 성리학속의 말들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을테죠 그래서 백성의 삶과 연결되어있는

'실직적이고 현실적인 변화'를 추구했을테고 ,창대는 관직이라는 권력의 힘이

있어야만 변화가 시작될수 있다고 생각한거구요 

 

권력있는 놈들이 다 해쳐먹는 지금의 세상을 봐도 창대의 말이 

틀린말이 아닌걸 안다만,, 살아보니 진짜 큰 힘은 

책속 한 구절보다 아침에 이부자리를 개는것 이더라구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항상 존재하는데 그 간극을 좁히는건 

지금 이 순간을 바꿔나가면 되는것일뿐 이상은 방향만 제시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갑자기 뜬금포로 넘어갔는데 어쨋든 정약진과 같은 
사람이 진정한 지식인이구나를 새삼 알게 됬다는게 중요한거죠ㅎㅎ

 

 

이렇다할 큰 사건은 없지만 굉장히 잔잔하게 사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영화입니다. 

넝마를 걸친 어부와 체신따위 집어던진 유배당한 양반,, 

기득권들에게는 하찮아 보일지 모르는 그들의 삶이 세상을 바꾸는 

보석들이었고, 그런 인물들을 재조명해 알게해준 이준익 감독님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메세지고 자시고 재미가 없으면 안보는데 

극중 이정은님이나 조우진님의 깨알 재미와 변요한 설경구님 두사람의

케미가 극의 감칠맛을 제대로 내주었던것 같습니다. 

 

뭐 워낙에 연기력이 탄탄한 분들이니까요^^

마치 먹을 머금은 수묵화처럼 깊이 스며들었던 영화 '자산어보'

기회가 되신다면 느지막하게나마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